늘어나는 시청률에 못 따르는 기획·프로|제3TV 「방학과제물 방송반응」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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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학과제로까지 부과됐던 겨울방학 중 교육방송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방송의 존재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지만 교육방송자체의 과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전국 2백75개 초·중·고교의 학생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방학중 교육방송 반응조사」에 따르면 시청률은 평균 36·4%. 이는 종전보다 3배 높아진 것으로 시청자들이 그 동안 외면해오던 교육방송(KBS 제3TV)이 미흡하나마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는 지적이다.
방송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도 좋은 편. 65·9%의 국민학생이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중·고생도 44%가 「유익했다」는 평.
문제는·이러한 시청률의 향상이 프로그램자체의 개발이나 기획 및 투자에 의한 것이 아닌 방학숙제라는 「강제적 시청요구」에 의한 결과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 홍기형 방송본부장은 『숙제 등의 행정적인 방법으로 교육방송을 가까이 하게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수한 자체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방송국 측의 적극적인 투자와 홍보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한편 방송 시간은 여전히 교육방송 활용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 중 과반수가『드라머나 쇼를 보려고 하는 가족들과 채널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2일로 방영 4돌을 맞은TV교육방송은 81년 출범당시부터 방송과 제작의 주인이 불분명한 가운데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교육방송은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습프로(39·1%)를, KBS가 어학물·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성인교육프로(60·9%)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원화는 프로그램상의 부조화와 수준의 차이 및 홍보미흡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프로그램도 TV매체만을 빌어 칠판강의식 교실수업을 그대로 전달하는 형식을 벗어나 영상매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 실제로 방학동안 시청상담을 해온 상당수의 학생들이 『방송이 너무 빨라 내용을 적을 수가 없다』고 호소해왔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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