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새 특검법] '150억+α'로 한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2 대북 송금 특검법안이 8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됨에 따라 정치권의 특검 논란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당초 이날 법사위에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1백50억원+α' 사건은 물론 대북 송금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가 수사 범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한나라당과 특검 자체를 거부하는 민주당 간의 입장차가 커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참석한 가운데 통과된 것이다.

이는 사전에 여야 모두 절충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 데 크게 힘입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법사위에 새로 배치된 홍사덕(洪思德)총무가 적극 나서 민주당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법사위 표결에 앞서 양당은 '1백50억원+α' 부분만 수사하는 잠정 수정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洪총무는 "법인세 인하, 주 5일 근무 등 산적한 경제현안을 여야가 다뤄야 하는데 특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절충 배경을 설명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盧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사 대상을 1백5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대북 송금 전체를 제2 특검 대상으로 잡을 경우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줄 것이라는 계산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洪총무의 태도와 관련, 당내에선 적잖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병렬(崔秉烈)대표부터 "사전 상의가 없어 섭섭하다"고 했다. 당 대북뒷거래특위 위원들은 "특검법 원안이 축소됨으로써 대북 송금 진상 규명이 불가능해졌다"며 전원 사퇴했다.

한편 표결에 불참한 민주당도 수사 대상과 조사기간을 대폭 축소하는 실리를 챙겨 큰 불만은 없는 표정이다. 법사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한나라당이 중간에 일방 처리했지만 본회의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는 수정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제2 특검 불가"를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론 특검의 국회 통과를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본회의 처리와 관련, 한나라당은 11일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도 물리적 저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럴 경우 盧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새 특검법안에도 대북 송금 부분을 수사할 여지가 있다"며 추후 여야의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