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4세 딸 암매장 “친모 정신질환 딸 학대로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대 끝에 숨진 뒤 야산에 암매장 된 네살배기 딸 사건에는 친엄마의 정신질환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는 평소 의부증과 의심을 동반한 망상장애를 보이던 친모 한모(36ㆍ여)씨가 가정불화의 모든 원인을 숨진 딸에게 돌리면서 딸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24일 밝혔다.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한씨 메모를 분석한 결과 한씨가 편집증(망상장애) 증세를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딸을 데려온 2011년 4월 가정불화가 시작됐고 7월에 이르러 딸에 대한 증오로 메모 내용이 바뀌고 있었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계부 안씨는 ‘딸이 죽은 뒤 아내가 평정심을 찾았다’고 진술했고 이후에 한씨의 메모가 작성되지 않은 정황을 미뤄 친엄마의 정신질환이 딸을 학대하게 된 원인으로 판단했다”며 “한씨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전날 경찰은 숨진 한씨 메모에서 “딸이 오줌을 싸서 베란다에 가두는 벌을 줬는데 이내 방에 들어왔다. 왜 왔냐고 묻자 ‘아빠가 들어오래서 나왔다’는 거짓말을 해 화가 났다”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곽 과장은 “의부증 증세로 ‘쟤(딸)가 남편을 꼬시러 왔나’는 식의 딸을 증오하는 표현이 한씨 메모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딸이 오줌을 싸거나 거짓말을 하면 베란다에 가둬 밥을 굶기는 등 학대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도 메모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안양 시신 수색작업은 25일 재개하기로 했다. 계부 안씨는 안양을 암매장 한 날을 2011년 12월24일로 특정하고 있어 사전 답사를 한 뒤 장비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경찰은 계부 안씨에 대해서는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오는 28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곽 과장은 “안양을 방임하고, 학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안씨가 딸을 두 차례 폭행한 진술도 받았다”며 “이에 따라 사체유기에 아동복지법 위반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폭행으로 2011년 5월과 12월 두 차례 병원 치료를 받은 안양의 병원 기록도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한모(36)씨는 폭행치사죄에 해당하지만 이미 숨져(지난 18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