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300억원 넘어"

중앙일보

입력

현대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전 조성한 비자금이 대북 송금 사건 특검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1백50억원보다 훨씬 더 많으며, 이 중 상당액이 4.13 총선 자금 등으로 정치권에 흘러갔음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5일까지 진행된 송두환(宋斗煥)특검팀의 자금 추적을 통해 드러났으며, 대검 중수부(安大熙 검사장)는 지난 4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나섰다.

6일 특검 및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박지원 (朴智元)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수수 의혹 이외에 당시 여권 실력자에게 이보다 많은 자금이 전달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돈 역시 대부분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로 건네졌으며, 다른 자금과 함께 역시 전직 무기거래상인 김영완(金榮浣.50.미국 체류)씨에 의해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는 당시 현금으로 추정되는 괴박스 수십개를 비밀리에 운반한 사실이 본지 취재팀(6월 30일자 8면)에 의해 드러난 바 있다.

사건에 정통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6일 "김영완씨를 거친 자금의 규모가 1백50억원보다 훨씬 크고 흐름도 복잡해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권은 물론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건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팀은 그동안의 추적 과정에서 야당 인사에게 5억원, 한 언론사에 2억원 등 일부의 흐름을 일단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의 계좌 추적 작업과 관련, 6일 "특검 수사가 끝난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회에서 이 부분의 수사 주체가 결정될 때까지 계좌 추적을 진행해 후속 수사팀에 관련 자료를 넘겨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CD 1백50억원이 실제로 박지원씨에게 넘어갔는지와 함께 당시 현대 측이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의 전체 규모와 성격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현대 비자금의 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씨와 임모(출국)씨에 대해 여권 무효화 등 조치를 통해 강제 귀국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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