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당·신당…정치혼돈 이젠 끝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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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진보성향 의원 5명이 7일 탈당했다. 이들을 떠나보내는 한나라당이나 탈당의원들이 덕담을 하면서 헤어지는 모습에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각 정치세력들이 존재의 이유를 국민에게 분명히 드러내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우선 탈당의원들은 국민의 시선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들이 당초 한나라당을 선택할 때 한나라당이 어떤 정당인지 몰랐다는 말인가.

또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과연 그들이 탈당했을지 많은 국민은 의문을 갖고 있다. 탈당의원들은 이런 비판을 수용하는 바탕 위에서 새 정치세력 결집에 미력이나마 보탠다는 겸허한 자세를 갖기 바란다.'우국충정'이나 '비장한 각오' 운운하면 그들의 작은 뜻마저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건강한 보수마저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당이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개혁은 진보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당의 신당문제도 빨리 정리돼야 한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먼저 신당의 깃발을 들었겠는가.'통합신당'이 맞느니, '개혁신당'이 옳으니 하면서 치고받고 싸운 세월이 벌써 6개월이다.

이러다 보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민주당 신주류가 왜 신당을 만들려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 관심은 정치개혁이지, 신당 자체가 아니다. 신당을 하려면 빨리 제대로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여당의 역할이라도 반듯하게 하라.

민주당 구주류의 정체성도 지금으로서는 의심스럽다. 호남 민심을 볼모로 삼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 감싸기 경쟁을 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왜 민주당이 필요한지, 그래서 무슨 정책으로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국민에게 제시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제 정치판도 정돈될 때가 됐다. 정책과 노선으로, 또 정치개혁의 방법론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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