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 56% "내 조국에 만족"···한국·일본은 16%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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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글로벌 청춘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최근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학생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한국·중국·일본·미국·인도·독일·브라질 등 7개 국가의 대학생 1357명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결혼·진로·국가 등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나라마다 대답은 미묘하게 갈렸다.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7개국 1357명에게 물어보니

청춘리포트팀은 지난 10일 이 결과를 놓고 국내 유학 중인 각국 청년 다섯 명과 대담을 진행했다.

첫 주제는 ‘결혼’이었다. 설문에서 ‘결혼은 필수’라는 항목에 가장 적게 ‘예’라고 답한 건 미국(28.7%)이었다. 한국과 일본도 40%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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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내슬론스키(20·미국)

매트 내슬론스키(20·미국·Matt Naslonski)=“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고 싶긴 해. 하지만 결혼이 인생에서 꼭 필요할까? 그건 아니라고 봐.”

정원우(24·한국)=“친구들을 보면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꺼리더라. ‘나 혼자도 먹고살기 힘든데 결혼까지?’ 이런 생각이지. 근데 난 꼭 할 거야(웃음).”

중국·인도 청년들은 70% 이상이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탕예(28·중국·唐曄)=“우린 ‘관시(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시작은 안정적인 가정이라고 보지. 게다가 내 또래들은 대부분 외둥이어서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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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르님 싱(26·인도)

수와르님 싱(26·인도·Swarnim Singh)=“알다시피 인도에는 계급문화가 남아 있어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문화가 있어. ‘부모님 뜻에 따라 결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강한 것 같아.”

진로·직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나라마다 차이가 확연했다. 미국과 일본은 고용 안정성을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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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쓰 유키(21·일본)

아쿠쓰 유키(21·일본·Akutsu Yuki)=“요즘 일본에는 ‘평화바보(へいわぼけ)’라는 말이 유행이야. 미래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빗댄 표현이지. 일본은 최저임금이 높아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해도 먹고살 순 있거든.”

매트=“미국의 청춘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모의 실직을 지켜봐야 했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같아.”

탕예=“내 생각은 좀 달라. 난 당장 규모가 작고 보수가 낮더라도 회사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내가 이 회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지를 따지고 싶어.”

대화 주제는 자신의 국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국가 신뢰도는 한국 청년들이 15.8%로 가장 낮았다. 그다음은 일본(16.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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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우(24·한국)

원우=“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한국 청년들의 국가 신뢰도가 바닥이야. ‘애국심’이라는 감정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유키=“그래도 난 내 또래 한국 친구들이 광장에 나가서 하는 정부 반대 집회 같은 걸 볼 때 깜짝 놀라. 일본의 20~30대는 정부에 불만이 많아도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진 않거든. 그냥 불평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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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예(28·중국)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가장 큰 건 중국 청년들이었다.

탕예=“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받아 나라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G2 국가로 빠르게 성장한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지.”

2016년 세계 청년들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7개국 청년들의 평균 만족도는 52%. 평균을 밑돈 건 한국·일본·브라질로 40%대였다. 특히 일본은 ‘미래의 내 삶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항목에 35%만이 ‘그럴 것’이라고 답해 7개국 중 유일하게 삶에 대한 기대치가 현재보다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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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일본의 청춘들은 대부분 미래에 크게 기대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반대로 인도 청년들은 현재 삶보다 미래의 삶을 더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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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국가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 더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고.”

다섯 청년의 대화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호영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제발전이 한창 진행 중인 중국·인도의 청년들은 모든 설문 항목에서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한 반면 한국과 일본 청년들의 답변은 부정적 성향이 강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여건이나 주요 사회 이슈가 그 나라 청년들의 가치관에도 깊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hongsam@joongang.co.kr

※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보름 동안 온라인으로 한국(200명)·중국(197명)·일본(194명)·미국(202명)·인도(184명)·독일(184명)·브라질(196명) 7개 국가 대학생 13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전체 결과는 20slab.naeilshot.c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단위: % 자료: 대학내일20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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