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늦추는 기술…MIT 연구진, 배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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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연구진이 박테리아와 유전자 조작 효모균을 이용해 배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 발전소나 제철소의 배기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배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비용이 많이 들고 작은 규모에서 실험한 결과이기 때문에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배기가스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발전소·제철소·폐기물처리장 등에 설치해 지구 온난화를 크게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IT에서 화학공학과 바이오기술을 연구하는 그레고리 스테파노펄로스 교수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上海) 외곽에 있는 실험용 발전소에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5년 전부터 미국 에너지부 기금을 받아 진행해 온 연구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와 유전자 조작 효모균을 이용해 배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했다. 우선 박테리아가 배기가스를 식초와 비슷한 초산으로 바꾼다. 여기에 유전자 조작 효모균이 더해지면 초산이 액체연료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등 대다수 운송수단 연료로 사용되는 액체연료는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액체연료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다. 대체기술로 거론되는 바이오 연료는 곡물이 원료여서 대량으로 사용할 경우 세계 곡물가격을 상승시켜 빈곤국가의 식량난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다.

배기가스를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져온 배기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작용이 적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가장 큰 난관은 이 기술을 어떻게 상용화하느냐는 것이다. 스테파노펄로스 교수는 “연료 1~2ℓ를 생산하는 수준의 기술과 상용화 단계의 기술은 다르다.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기존 실험용 발전소보다 20배 가량 큰 시설을 짓고 있다.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스테파노펄로스 교수 연구진 말고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중인 기업은 더 있다. 미국 기업 란자테크도 미생물을 이용해 배기가스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란자테크는 현재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벨기에 아르셀로미탈·중국 철강업체 캐피탈강철과 함께 상업화 시설을 짓고 있다. 2017년까지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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