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잔여세력 게릴라전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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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군에 대한 이라크 잔여 세력의 저항이 본격적인 게릴라전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미군 임시 주둔 기지에 박격포탄을 쏘고 미군 정찰대를 매복공격하는 등 공격 양상도 갈수록 대담해진다. 이 때문에 이라크가 '중동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직화되는 공격=5일(현지시간) 정오쯤 바그다드에서 약 1백20km 떨어진 라마디의 이라크 경찰교육생 졸업식장에서 폭탄이 터져 이라크인 졸업생 7명이 사망하고 7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부상자들은 미군으로부터 교육받은 경찰 1기생들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폭탄테러는 '미군과 영국군에 협조하는 이라크인들을 응징하라'고 촉구한 자칭 사담 후세인의 육성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6월 14일에 녹음됐다는 테이프는 또 "나는 이라크 안에 있다. 이단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우리의 영웅적 전사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테이프는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에는 이라크 게릴라들이 바그다드 북쪽의 미군기지에 박격포탄을 퍼부어 미군 19명이 부상했고 2명은 중상이다.

또 몇시간 뒤에는 인근 고속도로를 정찰하던 미군 호송대가 이라크 게릴라의 로켓발사기와 자동소총 공격을 받았다. 반격에 나선 미군은 게릴라 11명을 사살했지만 이 부대는 이날 밤 두차례 더 기습 공격을 받았다.

미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몇 명 단위로 공격했으나 이날 밤에는 약 50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며 저항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주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최고사령부가 위치한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까지 박격포탄이 날아들었다"며 미군 관계자의 우려를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일부 이라크인은 "후세인은 우리에게 미군처럼 나쁘게 하지 않았다. 빨리 사담이 되돌아오길 바란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대응은 뭔가=미국은 이라크에서 게릴라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게릴라전이 아니라 불만 분자들의 산발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군정을 지휘하고 있는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도 "최근의 도발은 후세인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비조직적인 저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응은 이라크와 베트남을 비슷하게 바라보는 여론이 형성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주 후세인에 대한 현상금을 2천5백만달러로 올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M-16으로 무장한 미군들이 5일 바그다드 중심부에 위치한 미군정 건물 앞에서 철조망을 쳐놓고 경계하고 있다. [바그다드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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