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환보유액, 4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속도는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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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환보유액이 4개월 연속 줄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86억 달러 줄어든 3조202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3조1900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 둔화로 자본 유출이 계속되고 있지만 속도는 둔화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사상 최대의 감소폭(1079억)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994억 달러나 줄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 결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자본 이탈과 외환보유액 감소, 부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7년 166%에서 지난해 247%로 급등했다.

DBS 홀딩스의 나단 초우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 1월과 비교할 때 지난달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라며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개선되면 올 하반기 자본 유출 속도는 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은 외국투자자가 아닌 현지 기업이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4년 중반 이후 중국에서 나타나는 자본 유출은 해외투자자가 중국 자산을 팔아치운 것이 아니라 현지 기업이 달러 빚을 갚기 위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했던 때 싼값에 달러화로 돈을 빌렸던 중국 기업이 달러 가치가 오르자 서둘러 빚을 갚기 시작하면서 외화 유출이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750억 달러다. 이 중 외환보유액에서 나간 돈은 120억 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 1630억 달러는 민간에서 빠져나간 자금이다. 이 중 800억 달러는 역외 위안화 예금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이 직접 해외 은행(340억 달러)과 국내 은행(70억 달러)에 갚은 돈도 포함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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