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운용씨, 어떻게 처신했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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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10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가 결선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3표 차로 실패하자 우리 국민은 아쉬워하면서도 유치단의 노력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유치단이 귀국한 뒤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 등에 의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책임론'이 불거져나오면서 국민은 당황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IOC가 평창 개최와 IOC 부위원장 자리 두 가지를 한국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의식해 金위원이 사실상 반대운동을 폈다"는 것이 김용학 의원 발언의 요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명리(名利)를 위해 국가 대사를 망쳐놓은 땅을 칠 사태가 벌어진 것이며,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물론 우리는 정확한 진상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김용학 의원뿐 아니라 유치단으로 활동했던 상당수의 사람이 金위원의 행적에 불만을 가질 정도였다니 金위원의 처신에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 전에 유치단 내에서 "金위원이 이상하다"는 말이 흘러나올 때만 해도 우리는 으레 있어온 갈등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金위원은 출국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유치활동에 대사까지 판공비 타서 돌아다니는 것을 (윤영관 외교부)장관께서 스톱해 주시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으며,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 직후인 지난 4일엔 IOC 부위원장에 전격 출마해 당선됐으니 김용학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김운용 위원은 체육계 비리가 거론될 때 그 이름이 자주 등장한 전력이 있다. 한편으로 그는 국제 체육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며, 한국 체육계에 미친 공헌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유의 의혹이 과연 객관적으로 밝혀질 수 있느냐다. 해결도 안 될 일을 가지고 정치쟁점으로 삼을 경우 소모적인 비난전이 될 것이며 우리끼리 흙탕물 싸움을 한다고 국제사회에서 망신만 당하게 된다.

마침 고건 국무총리가 평창 유치 수석대표로 활동한 만큼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