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당 대표, 북핵-경제살리기 끝장토론 벌여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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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선과 함께 총선은 중요한 정책대결이 벌어지는 국가적 행사다. 대결의 결과에 따라 국가의 진로는 큰 영향을 받는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선 복지가 최대 이슈였다. 민주당이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를 포함한 보편적 복지를 치고 나왔다.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은 맞춤형 복지로 맞섰다. 복지정책 경쟁은 대선까지 이어졌고 현재 노인연금과 누리과정 무상보육, 건강보험 개혁 같은 중요한 변화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보·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20대 총선에선 정책대결이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노동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급한 현안이 있고 경제민주화의 사도(使徒)를 자처하는 김종인 대표가 제1 야당의 사령탑을 맡았는데도 이렇다 할 경제정책 논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주택·양극화·북핵 같은 이슈는 국민의 ‘밥’에 해당되는 문제다. 그런데 여야는 공천전쟁이나 야권통합 같은 자신들의 ‘밥그릇’에 매달려 있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준비’를 외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와 중국의 갈등이 뜨거운데도 북핵·안보 논쟁 역시 선거판에선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선거구획정이 늦어져 선거의 발동이 늦게 걸렸다. 선거가 40일도 남지 않았는데 여야는 공천 혼란과 야권분열 논란에 빠져 있다.

여야는 나름대로 지난 2월 초부터 총선공약을 발표하고 있기는 하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더하기, 공정 곱하기, 배려 나누기’라는 제목으로 세부적인 공약들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777 플랜’을 내놓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과 노동소득 분배율, 중산층 비중을 각각 70%대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약이 없는 국민의당은 공정성장법 등 3개를 창당 1호 법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런 공약들이 유권자에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공약이 사회를 움직이는 이슈가 되려면 내용이 뜨겁게 공론화되고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쉽고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공약들이 당내에서부터 비중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 공약은 친박-비박으로 나뉜 최고위원회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더민주의 공약도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에서 뒤로 밀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어제 “민생과 일자리에 대한 치열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치공학적 접근만 남았다”며 야권통합론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주목받는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천과 통합을 놓고 싸우더라도 정당들은 이제라도 한편에선 ‘공약 대(大)논쟁’을 벌어야 할 것이다. 선거법에 따른 정책토론이 있지만 그걸로는 크게 부족하다. 김무성·김종인·안철수 3인이 ‘북핵저지-경제살리기 끝장토론’이라도 벌여보라. 북핵도 막지 못하고 경제 살리기의 처절한 대안도 없으면 이 나라는 20대 국회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