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 '뒤바뀐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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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종합상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차입금을 갚고 신입사원을 뽑는 등 새 희망을 키우는 반면, 대우의 몰락 당시만 해도 굳건했던 현대종합상사와 SK글로벌은 구조조정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이후 ㈜대우에서 분리된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4년 만에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1999년 대우의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개시된 이후 첫 공채다. 20여명을 채용하는 공채에 2천여명이 몰려 1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응시자 거의 대부분의 토익 성적이 9백점이 넘는다"며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활력을 느낀다"며 기뻐했다. 특히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임에도 채권단이 신입사원 채용을 용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일 차입금 중 5백50억원을 채권단에 상환하는 등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에는 중국 톈진(天津)에 연간 5만t의 종이를 생산하는 톈진대우법인을 개업하고, 중국의 정부투자기업과 임차계약을 해 2013년까지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사와 SK글로벌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최근 채권단의 지원 결정으로 정상화 궤도를 걷고 있지만 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두 회사는 채권단과의 협의가 일단락되는 대로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우가 몰락하던 99년 1백68억달러의 수출실적으로 종합상사 중 수출액 1위를 차지했던 현대종합상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이 회사 임직원 4백여명은 최근 회사 정상화에 동참하는 뜻으로 감자를 앞두고 '자사주 갖기 운동'을 벌였다.

채권단의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작은 액수라도 회사 살리기에 나서자는 것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오는 23일 감자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린 SK글로벌은 채권단과 해외 법인 및 지사의 현지 채용인을 포함해 현재 2천7백여명인 임직원 중 7백5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채권단은 SK글로벌의 해외 법인 및 지사 43개 중 상당수를 폐쇄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99년 12월 SK유통을, 2000년 7월에는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하면서 SK글로벌로 회사 이름을 바꾼 지 3년 만에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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