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북 통치자들,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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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치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안보리 표결 후 한국말로 호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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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오준 유엔 주재 대사의 애끓는 호소가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안보리 표결이 끝난 뒤 발언권을 얻은 오 대사는 영어 연설 말미에 “끝으로 북한 통치자들에게 몇 마디 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한국어를 사용해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please stop it now)”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은 핵폭탄이 없다. 우리를 목표로 한다면 국경을 맞대고 있어 장거리 미사일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 북한에 이런 무기들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오 대사는 또 “당신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가장 고통 받을 이들은 북한 주민들이며 그들은 나와 같은 민족이자,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스피치 중 “이제 그만하세요”를 한국어로 표현한 것은 외교부의 지침이 아니라 오 대사의 생각이었다. 오 대사는 “유엔 TV로 안보리 회의를 지켜볼 북한 당국자들에게 북한이 살 길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보리 이사국 시절의 경험도 작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우크라이나 대사가 영어 발언 도중 러시아인들에게 ‘당신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하겠다’면서 갑자기 러시아어로 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오 대사는 2014년 안보리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주민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다”는 연설로 국내외에 감동을 준 바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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