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견제 위해 필리핀에 남중국해 감시용 훈련기 대여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일본이 필리핀에 대여할 방침인 훈련기 TC90.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남중국해 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에 해상자위대의 중고 훈련기 TC90을 대여할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하게 작전할 수 있는 항공기를 요구해온 필리핀 정부의 입장에 따라 해상자위대의 퇴역 훈련기 TC90을 필리핀 해군에 유료로 대여키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동남아 국가의 해양 경계 능력을 높여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TC90은 행동 반경이 필리핀 해군의 경계·감시용 항공기(300㎞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중국·필리핀이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대부분에서 작전이 가능하다. 다만, TC90에는 레이더 등 장비가 거의 탑재돼 있지 않아 대여가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조종사가 눈으로 직접 경계·감시를 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이르면 올 봄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대여에 정식 합의하며, 대여 대수는 최대 5기가 될 전망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대여에 앞서 일본과 필리핀 정부는 29일 방위장비품·기술 이전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에 비해 장비면에서 뒤떨어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의 경계·감시 능력을 높이는 작업을 지원해왔다. 베트남과 필리핀에 대해선 정부개발원조(ODA)를 활용해 해상보안청의 순시선 제공 등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TC90가 해상자위대의 장비로 군사 분야인 만큼 ODA를 적용할 수 없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유상 대여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부담액은 연간 수백만엔(수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