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경제부흥 못 시키면 군부 저항 직면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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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선당(先黨) 정치’는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군부 저항에 직면할 것이란 정부 용역 보고서가 23일 공개됐다. 통일부 의뢰로 서울교육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김정은 체제 당ㆍ군 관계 연구’ 보고서 내용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先軍) 정치’를 앞세웠던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노동당에 무게를 실어왔다. 오는 5월 초에는 1980년 이후 열리지 않았던 당 대회를 열 계획도 밝히고 있다.

당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천명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김정은의 선당정치는 경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오히려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선언한 것은 북한이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을 한창 겪고 있던 1997년이다. 당시 김정일은 당ㆍ내각이 쥐고 있던 권력과 경제적 기득권을 군부에 몰아줬다. 경제난으로 인해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당에 대한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 군부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 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당이 곧 국가’라고 해온 북한 체제였지만 김정일이 고육지책으로 선군정치를 택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출범 단계에서부터 군부보다 당을 앞세우는 선당정치로 전환 움직임을 보이며 군부에 집중됐던 권력을 분산해왔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김정은 체제로의 전환은 군의 상대적 양보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 대해 보고서는 “핵실험을 통해 군사 강성대국이란 목표가 어느 정도 실현되면서, 북한 주민과 당ㆍ내각 엘리트들이 군의 역할과 비중 확대를 위한 인민경제의 희생을 더 이상 묵묵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그동안 양보됐던 경제적 희생에 대한 물질적 보상, 경제강성대국의 실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김정은의 역할에서 경제부흥은 1차적으로 중요한 역할”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경제부흥이 실패할 경우다. 보고서는 “현 정권이 인민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대중이 인식할 때, 당의 정당성은 약화할 것”이라고 봤다. 이 경우, 기득권을 빼앗긴 군부 역시 경제 정책 실패에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보고서는 “김정은 체제와 당ㆍ군 관계의 안정성은 인민경제의 성장과 군에 대한 군사비 지출 지속에 달려 있다”며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북한 대중의 저항보다, 군부가 먼저 당ㆍ군관계의 조정을 요구하거나 군부 중심의 질서를 요구해 김정은 정권의 변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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