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라질 것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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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4 면

머리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 스스로 한없이?비루해질 때, 그럴 땐 억지로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볼 일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비행기를 날리고, 그래도?힘있는 사람들은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고,?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비틀거리고, 세상살이는 점점 팍팍해져만 가는데, 천륜을 어긴 부모는 어찌 이리 계속 나오는지.?커다란 그림동화책만한 『세계 최고층 빌딩과 사라지는 동물들』이라는 책에 문득 손이?간 것도, 고개 들어 하늘 한번 보고 싶은 심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노아라는 한국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이 책은 말 그대로 점점 우리 곁을 떠나는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 곳곳에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들이 늘어날수록, 멸종되는 동물도 늘어간다는 작가의 주장이 무심한 색채의 수채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라스코 동굴벽에 그려진 오록스와의 이별’이라는 제목 옆에는 ‘쿠웨이트,?알 함라 타워, 412.6미터’라고 적혀있네요.?‘한국의 마지막 표범’ 편에서는 관련 기록을?조사하고 책으로 낸 사람이 일본의 동물학자라는 씁쓸한 소식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른 생각 좀 해보려 해도 답답한 일?뿐이네요. 그래도 겨울을 가고 봄은 오겠지요.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내일도 살아있기를, 단지 조금만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읊어봅니다.?‘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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