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오바마·아베 연쇄 통화…한·미·일 vs 중 신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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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 대통령, 오바마, 아베.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한 제재 방안을 협의했다.

한·미·일 “안보리와 별도 다자 제재”
오바마 “한국 방위 흔들림 없을 것”
아베 “사드 배치 논의 지지” 밝혀
북, 한·중 정상 통화 36시간 뒤 발사
전문가 “미·중 균열 틈 파고들어”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이날 전화 회담을 하고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을 신속하게 채택하기로 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이다. 박 대통령은 4차 핵실험(1월 6일) 다음 날에도 미·일 정상과 통화했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의 공조가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양자·다자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표현한 뒤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정면도전으로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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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국제적으로 단합된 의지하에 필요한 구체적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발사는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이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50분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양자·다자 차원에서 다양한 제재 조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일본 정부의 독자 제재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를 지지한다고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처럼 한·미·일 공조가 긴밀해지지만, 한·중 관계는 경색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으로선 북한 도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만 기대하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5일 밤 통화한 지 36시간 만인 7일 오전 9시30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4시간30분 뒤인 7일 오후 3시 한·미 국방 당국은 중국이 반대해 온 사드를 배치하는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 NK리더십워치 소장은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국제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정교한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중 간에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이미 벌어져 있는 틈새(cleavage)를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앞둔 5일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 대사와, 4일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와 친선모임을 가졌다고 밝혔다. 매든 소장은 “이런 의례적 외교 행사를 부각시킨 건 중·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도 “김정은도 미사일 도발 후 ‘한·미 대 중국’의 신(新)냉전 구도를 내심 계산했을 것”이라 고 말했다.

신용호·전수진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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