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일본발 금융 대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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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어제 전날보다 918.86엔(5.40%) 급락한 1만6085.44엔에 마감했다. 하루 하락률로는 2년8개월 만에 최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국제 유가 급락이 컸다. 지난 7일 중동 산유국 간 감산 합의 불발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3.9% 급락, 다시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자 미국 셰일가스 업체 파산설이 불거졌고 그리스 재정위기 재연 우려까지 겹치면서 유럽·미국 증시가 요동쳤다. 이게 다시 다음날 일본 증시 추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 경제 불안→위험자산 탈출→안전 자산으로의 회귀라는 글로벌 자본의 대이동이다. 돈은 위험해지면 안전지대로 숨는다. 일본 국채는 몇 안 되는 안전 자산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자 돈이 몰렸다. 이날 일본 장기금리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일본 국채 값이 뛰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4엔대로 올랐다.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단행했지만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것이다. 어제 일본 수출주들이 일제히 급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금융 시장은 실물 경제의 거울이다. 올 초 중국 증시 폭락에 이어 일본·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돌아가며 요동치는 건 그만큼 실물 경제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혼자 잘나갈 것이라던 미국마저 다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산업생산·제조업구매관리지수, 소비·주택과 신용 관련 지표들이 몇 달째 부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아직 낮지만 계속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 시장이 설날과 춘절로 쉬고 있는 동안 세계 금융 시장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발사의 악재까지 겹쳤다. 글로벌 시장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만큼 극도로 민감해져 있다. 우리 금융 시장이 불필요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루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책·금융·통화 당국의 분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