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부양책에도…KDI “경기 하강 생각보다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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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수출 부진은 더 심화됐고 내수도 위축되며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수출 계속 안 좋고 내수도 위축
소비 심리 메르스사태 때 수준

KDI는 4일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일부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고 고용률도 개선되고 있으나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성장을 제약했다”고 평가했다.

KDI는 현 경기를 정부보다 한층 어둡게 봤다. 수출에 대해선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가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주력 품목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부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소비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사라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록하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가 있던 지난해 7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전문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KDI가 1월에 설문조사한 전문가 22명이 본 올해 성장률은 평균 2.7%다. 지난해 10월 조사 결과(2.8%)보다도 0.1%포인트 낮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냈지만 지난해 하반기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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