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오산에서 핵폭탄 투하 연습하던 美전투기서 화재"

중앙일보

입력

1959년 1월 한국 오산의 미군 기지에서 핵폭탄 투하 훈련에 참가 중이던 미군 전투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아사히 신문이 복수의 미 공문서와 관계자 증언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미군 전투기의 연료탱크에서 불이나 폭발과 화재가 있었으며, 핵 물질 부분을 제외한 핵폭탄의 일부가 녹고 기폭 부분도 타서 노출됐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의 핵폭탄은 핵 물질을 폭탄 본체에 채워 넣는 형태로 전투기 사고 당시에는 핵 물질이 제거된 것으로 보여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 미 공문서는 당시 사고에 대해 “실전 연습의 벨이 울려 조종사들이 자신의 비행기로 달려갔다. 사고기는 엔진의 시동버튼을 누른 것과 동시에 폭발했다. 기체 좌익 쪽 200갤런 연료탱크가 파열해 불길이 타올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고기는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소재 주일 미 공군 이타즈케(板付)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제
8전술전투항공단 소속으로 밝혀졌다. 이 항공단은 핵 공격 입안과 실시를 주요 임무로 했으며 한국에서 핵 폭격 훈련을 해왔다. 당시 이 항공단 소속 조종사에 따르면 10여대 전투기가 핵 공격 태세를 위해 오산에 파견됐다. 전투기들은 저고도에서 급상승해 기체를 공중에서 회전해나가면서 폭탄을 하늘로 향해 발사하는 방법으로 핵 투하 훈련을 실시했으며, 당시 공격목표는 옛 소련 블라디보스톡이었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모두 32건의 핵무기 사고(‘브로큰 애로우’)가 있었다고 80년대에 공표했으나 일부 사고에 대해서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1991년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미국 본토로 철수시킨 바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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