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옐런의 금리시계…올 인상 1~2차례 그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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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진격을 멈췄다. 지난해 12월 기준 금리 인상의 시동을 건 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퇴각은 아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wait and see) 했다.

올해 4차례 인상 예상됐지만
중국 경기 둔화 예사롭지 않고
달러 강세로 애플 등 실적 쇼크
“글로벌 경제, 금융 상황 면밀 점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0.25~0.5%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예상대로다.

시장이 주목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미국 경기에 대한 Fed의 판단, 그리고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Fed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까 하는 것이었다.

성명서에서 확인된 Fed의 기세는 한 달 전 제로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때와 달랐다. 고용과 소비, 투자가 호전되고 있다고는 했지만 경제 성장은 지난해 후반부터 둔화됐다고 시인했다. 수출이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발 경기 둔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 대목이 시장의 눈길을 붙잡았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 상황 전개를 면밀히 점검하고, 미국 고용시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담담한 표현이지만 강한 메시지였다. 세계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Fed의 근심거리로 또다시 부상했다는 의미다.

상황은 지난해 여름과 닮은 꼴이다. 그때도 차이나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금리를 올릴 만반의 준비를 했던 Fed는 마지막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금리 인상은 결국 12월까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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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결정에 급락했다. 한때 국제 유가 반등에 상승했던 뉴욕증시는 FOMC 결정에다 애플과 보잉등 대형주의 하락 소식이 가세하면서 급락을 면치 못했다. 사진은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뉴욕=블룸버그]

이번에도 그럴까.

Fed가 지난해 말 잡았던 금리 인상 항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는 여러 형태로 감지된다. 우선 중국의 경기둔화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은 6.9%인데, 올해 성장률은 제법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 관리 역량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치도 6.3%에 불과하다. 배럴당 20달러대를 오가는 유가는 인플레 상승을 막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기업들의 이익을 잠식하고 있다. 미국의 ‘국민 기업’인 애플과 보잉의 실적 쇼크가 단적인 사례다.

그간 Fed 간부들은 올해 0.25%포인트씩 4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선물시장에선 1~2회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선물시장의 3월 인상 예상 확률은 18%까지 떨어졌다.

그렇다고 예단하긴 이르다. 지난해 9월, Fed는 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 상황이 경기와 인플레를 억누를 수 있다”는 명시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이번 성명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선명하게 밝힌 것은 아니다. Fed가 3월 인상의 불씨를 살려놓은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FOMC 회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곤두박질했다(다우지수 -1.4%, 나스닥지수 -2.2%).

금리인상 시계는 일단 멈췄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옐런은 시간을 벌었다. ‘신중한 옐런’이 또다시 돌다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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