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판결문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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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김은성으로부터 진승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 등을 받은 것에 관하여 그 일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김은성이 피고인에게 그러한 부탁을 했느냐가 문제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김은성과 피고인의 진술이 대립되고 있고, 그러한 부탁을 했다는 김은성의 진술에 의하면 그러한 부탁 당시 김은성과 피고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목격한 바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은성이 진술이 신빙성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그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김은성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것은 당시 피고인의 특보이던 최규선에 대하여 부정적인 보고를 한 것에 관하여 피고인이 오해하고 있어 이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고, 진승헌을 피고인의 집으로오라고 한 것은 진승현이 국제금융 분야에 관하여 잘 알고 있어서 진승현으로 하여금 최규선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당시 진승현로부터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부탁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은성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것에 있어서는 최규선에 관한 사항이 주된 사항이었고, 그에 관하여서는 김은성과 피고인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이며, 이 사건 당일 피고인과 김은성 사이에서 최규선의 문제로인하여 상당한 의견 차이가 드러난 것은 김은성이나 피고인의 진술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사정하에 있어서는 김은성으로서는 피고인과의 관계개선이 우선적인 문제로서, 그러한 관계개선에 진전이 없는 한 피고인이 당시까지 알지 못하였던 진승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받는 것에 관하여 영향력 등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이고, 또한 김은성의 진술에 의하면, 김은성 자신은 진승현을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 진승현이 피고인의 집에들어온 후 피고인과 직접 곧바로 대면시키는 것도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아 진승현에게 집에서 나가 있으라고 하였다느 것으로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승현을 위하여 피고인에게 부탁할 사정까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김은성은 검찰에서 진술할 당시 ,피고인에게 외국에 가느냐고 하면서 달러가 들은 봉투를 내밀었다고 진술하다가 나중에는 그 진술이 없는 것으로 해 달라고 한 바가 있고, 또한 피고인과 대질하면서 피고인이 어떻게 진승현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자, 이 시건에서 문제된 5000만원은 김은성 자신의 내심으로는 피고인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있으니 그 비용을 쓰라고 준 것일 뿐 다른 특별한 뜻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기재를 삭제한 바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김은성으로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어떤 호의를 제공하여 피고인과의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더구나 진승현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에게 인사정도만 하기를 원한 상태로서, 금융감옥원 문제까지 부탁하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러한 점에 관하여는 김은성과 정성홍의 진술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사정에 있어서는 김은성이 피고인에게 진승현을 위한 부탁을 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기가 어렵다고 판단되고, 또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김은성이 피고인에게 진승현을 위한 부탁을 했다는 것으로써 충분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그러한 김은성의 부탁을 수용하여야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데, 김은성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김은성 자신이 부탁한 것은 자신이 피고인의 집을 나가기 전에 10초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내에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그 당시 피고인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는 정도로서, 위와 같이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김은성이 피고인에게 진승현을 위한 부탁을 한다는 것이 숩게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당시까지 알지 못하던 진승현에 대한 부탁을 그 짧은 시간 내에 수용하였다는 것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한편으로 김은성의 진술에의하면, 이 사건 당일 진승현이 가지고 온 현금 5000만원을 소핑백에 든 상태로 피고인의 집에 두고 나왔고, 피고인에게는 그 쇼핑백이 진승현이 보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는 것이며, 진승현은 자신이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 김은성에게 그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집에 들어갔다고 하는 진승현은, 그가 피고인의 집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있는 김은성을 보고, 그에게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 현관에 들어선 상태에서는 거실 소파를 곧바로 볼 수 없는 상태임이 확인되었고, 현관에서 거실로 가기 위해서는 복도를 4 내지 5미터 정도 걸어가야만 하는 상태이며, 진승현이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그린 약도 역시 현장검증결과에 의하여 확인된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진승현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는 않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진승현은 자신이 피고인의 집에 들어갈 때 출입문이 열려져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의 집 내부 구조에 대하여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 사건 당일부터 진승현이 검찰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하기까지 약 2년 정도가 흘렀다고 할지라도, 진승현으로서는 피고인의 집에 간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관심있었던 일로 보임에도 자신이 들어갔다고 하는 피고인의 집 내부에 관하여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김은성이나 진승현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진승현을 위하여 금융감독원의 업무에 관하여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그밖에는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하여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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