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뺀 5자회담 시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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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대통령이 6자회담 무용론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곤 북한을 뺀 5자회담 추진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4년차 대북정책은 대화에서 ‘제재’ ‘고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박 대통령, 6자회담 무용론…대화서 제재로 선회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부처(외교·국방·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관련 당사국이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은 지난 8년여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회담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은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대화와 압박이란 정부의 투 트랙 기조도 당분간 압박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원칙 있게 접근하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빠른 길”이라고 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에게 “제재다운 제재, 실효성 있는 제재를 도출해야 한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재를 강하게 하는 것이 북한을 도와주는 길이고, 북한의 붕괴를 막는 길”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작동될 수 있느냐다. 중국은 6자회담 틀을 5자회담 틀로 바꾸는 데 대해 부정적이다. 과거에도 5자회담은 정부 간 채널에서 종종 논의가 됐다. 그때마다 중국은 “북한을 자극할 뿐”이란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해 5월 28일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함께 베이징(北京)에 갔을 때 한·중 협의와 미·중 협의가 따로 열린 일도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실험 성공을 주장한 직후라 한국 측은 한·미·중 3자협의를 원했지만 중국이 거절했다. 식사도 따로 했고, 세 사람이 함께 사진 찍는 것도 꺼렸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6자회담만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임을 명확히 했다.

동덕여대 이동률(중국학과) 교수는 “한·미·일 구도에 중·러가 들어오란 것인데 한·미·일이 조율한 결과를 놓고 대화하는 건 싫다는 중국이 5자회담을 받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박 대통령은 이날도 중국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했다.

또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는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이란처럼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 주길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언급에 대해 “9·19 공동성명을 잘 지키고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6자회담 무용론과 관련해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과 5자회담을 시도해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비핵화 공조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6자회담을 무조건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용호·유지혜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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