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OK라더니, 통원치료 보장 안 되는 유병자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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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자영업자 박모(67)씨는 지난해 말 현대해상의 유병자보험에 가입했다. 지병이 있어도 서류심사 없이 가입되는 상품이었다. 박씨는 “나이와 병 때문에 그동안 보험을 들지 못했는데, 보험이 하나 생기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가입 문턱 낮지만 보험료 최고 2배
수술비도 실제금액 아닌 정액만

 유병장수 시대, 고령자를 겨냥한 유병자보험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만성질환으로 통원치료 중이어도, 수년 전 뇌졸중·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 있어도 50~75세에 가입할 수 있다.

간편심사를 위한 세 가지 질문(▶3개월래 의사의 입원·수술·추가검사 소견 ▶2년래 입원·수술 ▶5년래 암 진단·치료 여부)만 통과하면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

 업계 최초로 지난해 8월 유병자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5개월간 9만 건, 7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달 들어서는 삼성화재·흥국화재·KB손보 등이 잇따라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 그동안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유병자라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간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는 1183만 명에 달한다. 초고령화를 겪는 일본에선 이미 2006년부터 유병자보험이 등장해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보험이 하나쯤은 있어야지’란 막연한 생각에 무작정 가입해서는 곤란하다. 보험료가 일반보험의 1.5배에서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가입 문턱이 낮은 대신 보험료는 올라간다. 실제 가입자의 보험료는 월 8만~12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추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갱신형 상품임을 감안하면 비싸다.

 보장 범위도 따져봐야 한다. 통원의료비는 아예 보장되지 않는다. 입원·수술비는 실제 쓴 의료비가 아닌 정액으로만 지급한다.

3대 질병(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 받거나 입원·수술하는 경우가 아니면 높은 보험료가 고령층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일부 상품은 질병 수술비가 보장 대상에서 빠지거나(삼성화재) 진단금은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흥국화재).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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