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사람 얼굴이 보인다고? … ‘파레이돌리아’ 현상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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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1호 탐사선이 화성 시도니아 평원에서 1976년 촬영한 사진(왼쪽). 눈·코·입을 가진 사람 얼굴과 닮았다. 오른쪽 사진은 2001년 NASA 화성 정찰위성이 같은 위치를 확대 촬영한 것으로 주름진 거대 바위만 보인다. [사진 NASA]

까만 눈에 오목한 입. 거기에 더해 그늘진 코까지. 영락없이 사람 얼굴이 모래 밑에 파묻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진 촬영 장소가 화성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음모론에 맞선 과학

 미 항공우주국(NASA) 무인탐사선 바이킹 1호가 화성 시도니아 평원에서 1976년 촬영한 사진 얘기다. 음모론자들이 화성에서 발견한 건 사람 얼굴뿐만이 아니다. 2007년 스피릿호가 화성에서 찍은 사진에선 인어공주를 닮은 바위를 찾아냈다. 전갈·피라미드·숟가락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음모론자들은 “화성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발견됐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감추고 있다”고 말한다. 화성 생명체설은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NASA는 2001년 화성 정찰 위성이 촬영한 시도니아 평원 사람 얼굴의 고해상도 사진을 공개했다.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주름이 쩍쩍 간 거대한 바위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현상으로 설명한다. 파레이돌리아는 일정한 패턴이나 의미를 찾는 인간의 지각 본능을 말한다.

런던대 신경과학과 소피 스콧 교수는 “갓난아기가 부모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영국 로얄 소사이어티는 2012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해 파레이돌리아가 우뇌 방추상회(fusiform gyrus)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방추상회는 얼굴 인식 등을 관장하는 곳이다. NASA는 “얼굴 패턴을 찾아내는 심리적 현상에 의해 화성 생명체론이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94년 악마 음악 논란도 파레이돌리아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실이데아’라는 곡의 테이프를 뒤로 돌려 들으면 악마의 음성이 들린다는 얘기는 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됐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태지는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처음엔 재미있어 웃어넘겼지만 루머가 뉴스에서 다뤄지고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악마라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퍼졌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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