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포 '가방시신' 용의자, 시신 발견 당일 경찰 면담…"지난달 이후 연락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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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월드컵터널 인근에서 발견된 '가방 시신'의 용의자가 시신이 발견되기 몇 시간 전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서울 마포경찰서와 경기도 안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 마포구 월드컵터널 인근 풀숲에서 검은색 가방 속 사체로 발견된 피해 여성 김모(23)씨의 남자친구 정모(32)씨는 이날 오후 2시경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이번 ‘가방 시신’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17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일 김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확인하다 지난해 12월 김씨가 유독 정씨와 많이 통화한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정씨의 평택 집을 찾았고 약 10분간 면담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는 지인 소개로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사귀었지만 중간에 김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 헤어졌다”며 “지난해 12월 20일 김씨와 연락한 이후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가 끝나고 3시간쯤 뒤 김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다음날 정씨 역시 자신의 원룸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채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용의자 정씨가 김씨의 시신을 유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정씨는 3년 전쯤 시신이 발견된 월드컵터널에서 멀지 않은 서울 은평구에 살았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와 정씨의 주변 지인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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