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 재단 '냄새나는' 국가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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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이 자신들의 평가제도를 이용, 말레이시아로부터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풀너 이사장 등이 공동 설립했다. 보고서와 정책 제언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 역대 공화당 행정부와 의회에 영향력을 미쳐 왔다.

헤리티지 재단은 과거 수년 동안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의 독재정치를 비판했다. 그러다 2001년 여름 '민주주의의 옹호자 말레이시아' 같은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풀너 이사장이 홍콩에서 공동 설립한 컨설팅 회사가 말레이시아 기업을 맡게 됐다. 또 이 회사는 워싱턴의 로비회사를 고용해 말레이시아 관련 로비를 맡겼다. 로비 회사는 딜레이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전 보좌관들이 세웠다.

풀너 이사장의 부인은 홍콩의 컨설팅 회사 고문과 워싱턴의 로비회사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2004년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두 회사의 고객이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2년 헤리티지 재단과 월 스트리트 저널이 매년 공동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IEF) 평가에서 풀너 이사장이 말레이시아의 순위를 올리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단은 "풀너 이사장 부부와 로비 회사가 재단의 정책 제언이나 분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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