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좋아요’가 뭐길래… 해킹으로 좋아요 훔쳐 2000만원 번 도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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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좋아요’가 많은 인기 페이지를 골라 해킹한 뒤 훔친 계정을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해킹프로그램은 3년 전 중학생이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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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공감할 때 누르는 페이스북 `좋아요`가 권력이 되고 있다. 좋아요 숫자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는 홍보에 유리해 수백~수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의 계정을 해킹해 운영권을 가로챈 뒤 이를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기업이나 연예인 등이 홍보수단으로 많이 이용해왔다. ‘좋아요’ 수가 많을수록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커진다.

이 때문에 홍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좋아요’ 수가 많은 페이지를 사들이는 일도 생긴다. ‘좋아요’ 클릭 1개당 5~50원 선을 주고 좋아요가 수십만개인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을 사들여 홍보에 이용하는 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동갑내기 친구인 백모, 정모씨와 함께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좋아요’가 최소 20만회 넘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 62명에게 광고를 의뢰하는 것으로 가장해 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메일에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메일에 들어있는 첨부파일을 여는 순간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되게 했다. 감염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김씨 일당은 곧바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운영자의 페이지 관리자 권한을 박탈한 후 자신들을 관리자로 등록했다.

일부는 아예 페이지 제목을 바꿔버렸다. 피해자는 자신의 페이지에 접속해도 관리자 권한이 없어 수정을 하거나 원상복구를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김씨 일당은 이렇게 가로챈 페이스북 페이지 20여개를 60만~360만원에 팔아넘겼다. 이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아 번 돈은 20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이 사용한 해킹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이모(18)군이 만든 것이다. 이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팔아왔다. 경찰은 건당 10~100만원을 받고 49명에게 총 700여만원을 받고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한 혐의로 이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독학으로 해킹 기술을 배운 이 군은 해킹보안전문가 3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페이스북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 협조가 불가능하다”며 “김씨 등은 범행이 적발되더라도 수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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