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 사퇴 … 직권상정도 물 건너가 ‘총선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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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이 8일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첫 국회에서 독립한 기구로 발족한 선거구획정위가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구 실종사태 해결 기약 없어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 회기 넘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인 그는 사퇴성명서에서 “국회의 합의 없이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정치의 벽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동수(여당 추천 4명-야당 4명-선관위 1명)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을 의결요건으로 하는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 선거구 공백 상황을 뒤로한 채 책임을 내려놓게 돼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었지만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면서 존엄사법 등 20개 비쟁점 법안들만 처리한 뒤 막을 내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겠다고 공언했던 선거법개정안(선거구획정안)과 쟁점법안인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경제활성화법안이 모두 다음 임시국회(9일부터 30일간)로 넘어갔다.

 중앙선관위는 다음주 중 신임 획정위원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새 위원장을 지명하더라도 획정위에 파견한 직원 10여 명은 대부분 복귀시킬 예정이다. 사실상 조직 동결조치다.

설령 획정위가 다시 가동되더라도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의결구조는 변함이 없어 자체로 선거구획정안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세 번의 총선에서도 선거구는 3월을 전후해서야 획정작업이 끝났다. 2004년(17대) 4·15 총선 선거구 획정일은 3월 12일, 2008년(18대) 4·9 총선 때는 2월 29일이었다. 2012년(19대) 4·11 총선 때도 2월 29일에서야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비후보 등록 상태에서 선거구 자체가 실종된 상황은 처음이다.

 선거구획정위가 멈춰서면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날짜를 잡을 수조차 없다. 선거구 대란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보다 총선 예비후보들의 불이익이 커질 게 분명하다. 사실 선거구가 없는 상태에서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지난해 선관위는 “1월 8일까지만 예비후보 운동 단속을 유보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날까진 의장 직권상정으로 선거구 획정이 완료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다시 단속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오는 11일 전체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예비후보자 단속 유예기간을 연장하면 “불법행위를 방치한다”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반대로 단속하기로 하면 예비후보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남양주갑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광한 예비후보는 이날 “선거구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일(4월 13일)을 지정해놓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회의에서 ‘북 핵실험 규탄 결의안’ 통과=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규탄 및 핵폐기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207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을 가결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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