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이 본 2015 지구촌 현장] 9월의 중국 -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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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현장. 열병식에서 선보인 500건의 무기 중 84%가 처음 공개된 것들이었다. [베이징=박종근 기자]

지난 9월 3일, 베이징은 유난히 맑았습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죠. 스모그 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답은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입니다. 열병식 쪽빛 하늘을 위해 베이징 주변 모든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군사굴기를 선언한 성스러운 날, 단 한 점의 스모그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겁니다.

 행사는 오전 9시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났습니다. 외국 기자는 새벽 4시30분까지 프레스센터에서 실시되는 검문검색을 통과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분확인→검색기→몸수색 등 무려 7번의 검색과정을 거친 후에야 천안문 취재석에 앉을 수 있었지요. 참고로 이날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자유 옹호’였습니다.

 열병식은 황제 알현식을 방불케 했죠. 오전 9시, 천안문 정문 격인 단문(端門) 앞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여사가 섰습니다. 그리고 해외 귀빈들이 한 명씩 단문을 통과해 시 주석 부부와 악수를 하며 예를 차렸습니다. 단문 양쪽엔 각각 7명의 병사가 착검한 소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참 불편한 장면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단문에 모습을 드러낼 때 관중석에선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국의 불만에도 열병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중국인들의 박수였습니다. 현지인들의 마음을 잡는 것보다 좋은 실리외교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 주석은 말했죠. “중국군의 사명은 조국 안보와 인민, 그리고 세계의 평화 수호”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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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가 끝나고 7만 마리의 비둘기가 천안문 상공을 날랐습니다. 순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평화의 비둘기를 날리고 핵 미사일을 과시하는 중국의 저의가 뭘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중국의 굴기가 꼭 평화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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