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1주년] 고속정, 함포 가동한 채 'NLL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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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1주년을 맞이하는 연평도 앞바다는 요즘 긴장감에 싸여 있다. 연평도 해군기지의 참수리 365호정 등 고속정 2개 편대는 27일 오전 5시30분 동트기가 무섭게 꽃게잡이 어선 40여척이 출항하자 함께 경계작전에 돌입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북한군의 무력시위에서 어선들을 보호하면서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NLL 북방 지역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반기 꽃게잡이 조업기일 마감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해교전은 불과 이틀 남겨놓고 일어났다는 사실을 고속정 편대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평도 고속정 편대는 유사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40㎜ 함포 등 모든 무기와 장비체계를 가동해 놓은 상태로 경계근무를 하고 한다.

고속정 배후에는 76㎜ 함포와 함대함 미사일인 '하푼'으로 무장한 초계함이 유사시에 즉각 지원 사격에 나설 수 있도록 배치돼 있고, 공군도 연평도 일대에 대한 초계비행을 강화하면서 공대함 미사일 등을 장착한 전투기를 기지에 비상 대기시키고 있다.

참수리 365호정의 이상락(24) 병장은 "서해교전 당시 연평도 고속정 편대에 근무했는데, 북한군이 또다시 공격하면 북한 경비정을 반드시 격침하겠다"면서 "참수리 357호정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NLL을 사수하겠다"면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또 유사시 연평도 사수 및 해군 지원 임무를 맡고 있는 해병대 연평부대원들도 NLL 상황에 대비해 1백55㎜ 등 해안포를 NLL 쪽으로 방열시켜 놓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평도 해안초소 경계병인 이향민(23)상병은 "내가 지키는 연평도가 나의 무덤이라는 각오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해교전 때 '어선들의 조업구역 이탈'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연평도 어민들도 올해는 자율적으로 조업 구역을 준수하고 있다.

연평어민회 최율(47)회장은 "지난해 50건이 넘었던 조업구역 이탈 어선 단속 건수가 올해는 단 한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해교전을 일으켰던 북한군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극도로 몸조심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북한 어선의 NLL 월선은 모두 12차례 일어났으나, 북한 경비정의 침범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 경비정은 NLL 근처에 오지도 않은 채 주로 등산곶 기지 등 북한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게 관측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측의 결연한 의지를 알고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북한 어선들도 우리 군이 여섯차례에 걸쳐 경고사격을 한 뒤 더이상 NLL을 침범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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