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WTI와 브렌트유 가격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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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 가격이 역전됐다. 2010년 8월 이후 5년4개월만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는 전날보다 0.92% 오른 36.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0.66% 내린 36.11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값은 패리티(parity) 상태가 됐다.

WTI는 일반적으로 브렌트유보다 비쌌지만 2010년 이후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늘어나며 브렌트유에 비해 가격이 높은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브렌트유 가격 하락폭이 WTI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유가의 자유 낙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 과잉에 엘니뇨에 따른 따뜻한 겨울 날씨가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골드먼삭스는 ”온화한 날씨로 인해 수요가 둔화하면 생산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는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자 원유가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자본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2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풋옵션에 베팅하는 투자는 지난주 배로 늘었다. 배럴당 15달러에 베팅하는 원유 옵션 계약에도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엑손모빌이나 로열더치셸 등 에너지 기업 주식을 산 투자자가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을 헷지하기 위해 풋옵션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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