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 기지가 농민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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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성동부서, 피해자 집으로 들어가는 범인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농협은행 직원의 순간적인 기지가 60대 농민의 수천만 원대 보이스 피싱 피해를 막았다.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농민 이모(68)씨는 지난 18일 오전 9시쯤 집으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상대편은 “우체국인데 당신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됐다. 형사들이 찾아갈 것이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 다른 사람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나는 경찰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범인들이 다른 통장의 돈도 빼낼 것이다. 돈을 모두 찾아라”고 했다.

이에 이씨는 집에서 4km 정도 떨어진 NH농협은행 오산지점으로 가 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 정모(46)씨는 평소 잘 알고 있는 이씨가 많은 돈을 현금으로 찾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 경기 화성동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농협으로 출동했고 범인 검거를 위해 이씨를 설득했다. 이내 이씨의 휴대전화가 걸려왔고 범인은 “찾은 돈을 가방에 넣고 집에 가져가 전화기 밑에 놔둬라. 주민등록번호도 유출됐으니 빨리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라”고 했다. 경찰은 이씨의 집 앞에서 잠복해 돈을 가지러 온 이모(30)씨를 절도 미수 등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은 공범을 뒤쫓는 한편 농협 직원 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오산=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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