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이오주 열풍 어찌 봐야 하나…낙관론 우세 속 만만치 않은 거품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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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를 대표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이오 열풍’이다. 전반적으로 증시는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의약품·헬스케어 등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대표적인 종목이 한미약품이다.

바이오 열풍 내년에도 이어질까

7조원대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 등 잇따른 초대형 호재 덕택에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연말 각각 10만2000원과 1만5450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장중 87만7000원과 21만8000원까지 폭등했다. 덕택에 22일 종가 기준으로 두 업체의 시가총액은 14조738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액 합계가 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의 시총이 매출액 29조2000억원에 달하는 포스코(15조833억)와 비슷하다. 한 때 포스코의 시총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미약품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4.1% 상승에 그친 데 반해, KRX헬스케어 지수는 94% 급등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 매일 주식을 사고 파는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CIO)들의 의견은 갈렸다. 거품이라는 신중론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낙관론이 맞섰다. 신중론자들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은 “바이오 업종 대신 주가가 하락 중인 제조업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본부장 역시 “3~5년 후 실적이 좋아질 바이오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지금 실적이 좋은데 값이 싼 제조업 종목을 고르는 게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낙관론이 더 우세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8명 중 5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답했다. 박홍식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본부장은 “중국 경제의 변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산업이 변하면 시장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본부장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브랜드 가치·콘텐츠·인적자원·네트워크 등 수치화되지 않은 가치의 중요성이 커진다. 바이오 등의 성장주가 가진 이런 무형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운용 본부장과 안홍익 트러스톤자산운용 본부장,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본부장도 낙관론 쪽에 섰다.

양 진영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이 바이오 열풍에 불을 댕긴 만큼 미국 금리인상은 바이오 업종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점이다. 이승준 본부장은 “올해 많이 오른 데다 미국 금리인상 이슈까지 있는 만큼 내년에는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런 접근을 주문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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