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철수 신당에 거는 기대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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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반(反) 새누리당, 비(非) 새정치연합의 중도 개혁 정당’을 표방한 신당은 내년 초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거쳐 2월 설 즈음에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은 의미가 적지 않다. 거대 여야가 수십 년간 독점해온 양당 카르텔을 깨고 중도개혁 성향의 제3당이 국회에 안착할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내년 4·13 총선에서 신당이 20석 이상을 얻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한다면 국회를 마비시켜온 극한적 대결정치 대신 다원주의에 기반한 ‘협치’가 개화할 실마리가 열린다. 위기를 맞은 ‘87년 민주화 체제’가 선진적 정치체제로 도약할 촉매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정권교체’나 ‘낡은 정치 청산’ 같은 추상적 목표만 내세웠을 뿐 신당의 비전과 수권전략은 제시하지 못했다. 또 신당이 ‘호남 정당’에 머물거나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과 연대함으로써 어렵사리 틔운 중도정당의 싹을 스스로 잘라 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은 점도 우려스럽다.

 안 의원이 호남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구태 기득권 정치세력과 손잡는다면 호남 민심을 잃는 것은 물론 총선에서 전체 야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또 의석수를 늘리려는 욕심에 수도권을 비롯한 박빙지역에서 새정치연합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 신당의 명분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새정치연합을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수권정당 자격을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로 삼아야 한다.

 안 의원이 지역 대표성에서 취약한 만큼 야권연대의 유혹을 끊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면 개혁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가 기존 야당에 흡수돼 버린 군소 신당들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뿐이다. 안 의원이 진정 ‘새 정치’를 추구한다면 전국정당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건전한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기존 야권에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다면 신당은 존재의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