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월경(越境)하는 지식의 모험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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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越境)하는 지식의 모험자들/강봉균.박여성.이진우 외/53명 지음, 한길사, 3만5천원

최근 출판계에는 백과사전식 편집을 통해 지식.정보를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책의 출간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신간'월경(越境)하는 지식의 모험자들'도 그 연장선에 서 있다.

'월경(越境)하는 지식의 모험자들'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지식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포함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를 비롯해 모두 76명의 지식인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얼굴들이다.

한 명당 10~20쪽 내외의 분량이다. 대표저자인 강봉균(서울대 신경생물학).박여성(제주대 독일학).이진우(계명대 서양철학) 교수를 포함해 56명의 전문가가 분야를 나눠 집필에 참여했다. 매 편의 뒤에는 개념.용어풀이와 더 읽을만한 책 등을 부록으로 실었다.

크게 네 분야로 책을 나누어볼 수 있다. 제1부에서는 그동안 많이 소개되지 않던 세계적 문화예술인의 활동상을 그리고 있다.

특히 백남준을 포함해 테크놀로지를 중심에 놓고 지적인 작업을 펼친 인물을 주로 선정했다. 이 책에서 가장 볼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 독창적 미술 전시기획자 하랄트 제만 등 17명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다. 이들의 선정 기준에 대해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현대사회 속의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표출하고 통제하는가를 공통의 문제의식으로 끌어 안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이라고 편집진은 밝혀 놓았다.

제2부는 전통적 인문학 지식인편이다. 인정투쟁의 철학을 펼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계승자 악셀 호네트, 중국 전통미학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리쩌허우, 프랑스 후기구조주의 철학을 비판해 주목을 끈 알랭 바디우, 그리고 정신분석학의 앙드레 그린.디디에 앙지외 등 24명의 인문학자가 등장한다.

제3부는 사회과학편. NGO.정치학.경제학.스포츠학 등에서 돋보이게 활약한 15명을 소개한다. 스포츠 마케팅 이론을 정립한 첼라 두라이가 '참여스포츠'와 '관람스포츠'를 구분하며 "참여스포츠는 소비자에게 휴먼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관람스포츠는 스포츠를 통한 오락을 제공한다"고 말한 대목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선 물리학.생물학.생태환경학 등 순수 자연과학자 20명이 등장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 '과학학'이론은 미셸 칼롱.브뤼노 라투르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이 밝힌 바 처럼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시각은 기존의 통념인 가치중립적 과학관을 반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쟁적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흠집이라면, 제4부에 포함된 앙드레 고르는 생태사회주의 이론의 개척자이기에 제3부에 포함되어야 있는 점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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