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열병식 연설 때 핵과 미사일 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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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 때 당초 연설 문안에 있던 핵과 미사일에 관한 내용을 중국 공산당 간부의 방북 직전 삭제했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중국은 열병식에 권력 서열 5위의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낸 바 있다. 신문은 북한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문안 변경은 중국에 대한 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만든 연설문 원안은 '미국의 공화국(북한) 압살 책동에 결사 항전하고 공화국의 핵 주권을 견고하게 지켜나가고'와 '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체제를 지키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항 수단을 다각적으로 개발해 핵 강국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돼 있다.

원안에는 또 미사일에 관한 발언 내용도 포함됐으며 군사 퍼레이드에선 '핵 강국' 등의 슬로건 등장도 검토됐다. 그러나 실제 연설에는 핵과 미사일에 관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았고 핵 개발을 시사하는 카드 섹션도 없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창건기념일 4일전인 10월 6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위력 있는 최첨단 무장장비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자위적 핵 억지력을 끊임없이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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