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서 한국인 때려 숨지게 한 미국인, 징역 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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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에서 한국인을 때려 숨지게 한 미국인이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A(3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 한 주점에서 피해자 B(30)씨의 멱살을 잡아 유리벽에 밀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5차례 때렸다. 바닥에 쓰러진 B씨는 7분 뒤 구급차가 도착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외상성 뇌출혈로 숨졌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와 그의 여자친구가 몸싸움을 하는 걸 보고 끼어든 것”이라며 “B씨의 얼굴 부위를 가격했지만 사망할 거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가격한 부위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두뇌가 위치한 곳으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A씨는 피해자의 머리 부위에 상해를 가해 젊은 나이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한 결과를 야기했다”며 “조금만 다쳐도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관자놀이 부위를 가격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보았음에도 아무런 구호조치도 취하지 않고 범행 현장을 이탈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떠한 합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심에서 A씨에게 내린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징역 6년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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