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갯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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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 4년 전인가요. 새만금 간척지 가운데 하나인 신포 갯벌을 맨발로 걸어다닌 적이 있어요. 한 모임에서 마련한 갯벌의 소중함을 체험하기 위한 행사였지요.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그야말로 광대했어요. 땅과 바다가 만나 숨쉬는 싱싱한 갯벌. 바지락.백합조개.꽃게 등 바다음식 하루 생산량이 신포 갯벌에서만 무려 1억 8천만 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생각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접 걸어보면 느낍니다. 자손들에게 물려줄 건 바로 훼손하지 않은 자연이며, 새만금 사업추진이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한 건지. "자연과의 접촉은 일종의 기도이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깨닫게 되고 마음의 치유와 빗나간 관계의 회복, 명료한 사고를 이끌어낸다"는 어떤 이의 말을 실감합니다.

제 딸과 밀려가는 바닷물 따라 걷고 싶은데 이미 갯벌은 썩고 있겠죠.갯벌의 너그러운 맘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가슴 저리게 그리운 추억의 장소가 되었어요. 제 맘속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로 남은 하나의 풍경. 리셑 버튼을 눌러 다시! 시작하는 비디오처럼 갯벌도 옛 모습 찾아 돌려볼 순 없을까요. 영영 힘든 걸까요.

신현림 <시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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