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 최초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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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인권 관련 국제기구의 의장직 수임은 처음이다.

외교부는 7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조직회의에서 이사국들이 합의를 통해 한국을 2016년 의장국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임기는 1년으로, 최경림 주제네바 대사가 전임으로 의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세계 인권의 보호와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한국은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인권 관련 기구의 의장직을 맡게 됐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및 인권 신장 성과와 지난 10년 간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을 세 차례나 수임하는 등 세계 인권 증진에 기여한 것을 평가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6년 설립됐다. 한국은 2006~2008년, 2008~2011년, 2013~2015년 이사국을 수임한 데 이어 올 10월에 2016~2018년 임기의 이사국 선거에서 재선됐다.

인권이사회 의장국은 5개 지역그룹(중남미·동구·아프리카·서구·아태 지역)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내년이 아태 지역 차례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10월 27일 이사국으로 선출된 다음날 바로 의장국으로 입후보했다. 같은 아태 지역에서 경합을 벌인 국가가 한 곳 있었으나 양자협의를 통해 이번엔 한국이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오늘 단독 입후보해 투표 없이 모든 이사국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고 전했다.

인권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이사국 47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인권이사회를 주재하는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매해 3월 즈음 열리는 고위급회의다. 지난해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일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의장은 또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주관한다. 동료 국가들이 대상 국가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193개 유엔 회원국 전부가 대상이다.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를 진행하는 것도 의장의 임무다.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의 실상을 파악하고 필요한 권고를 하는 절차다. 북한과 시리아 등이 대상 국가다. 2010년부터 임무를 수행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이양희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 등은 특별절차에 따라 임명됐다.

의장은 또 정기·비정기 회기에서 회의를 주재한다.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지역이나 국가가 있다면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다. 인권이사회는 매해 특정 국가 혹은 분야의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도 내놓는다.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북한인권조사위(COI)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탄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반영하는 문제는 한국 대표단이 하게 될 것이고 의장은 이와 별개로 포괄적 이슈를 다루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북한 인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에선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해 의견 일치를 봐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의장은 회의를 계속 열어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밖에도 2016년 다양한 국제 기구와 회의에서 의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장관급 핵안보국제회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장애인권리협약(CRPD),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이다. 정부 당국자는 “공교롭게도 내년에 유엔의 3대 임무인 평화 안보, 개발, 인권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요기구와 회의에서 의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어느 때보다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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