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따돌림 여중생 투신…법원, "가해자 부모·서울시 1억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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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목숨을 끊은 여중생의 부모가 가해학생 부모와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1년 3월 서울 한 중학교에서 2학년이 된 김모(14)양은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같은 반 동급생 5명으로부터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했다. 이중 한 남학생은 필통으로 김양의 머리를 치고 주먹으로 어깨와 팔을 때렸다. 다른 여학생 둘은 김양이 가족여행을 간 사이 책상을 엎고 서랍에 물을 부어 교과서를 다 젖게 만들었다.

김양은 항의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양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딸이 계속 폭행을 당하자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호소하기도 했다. 담임은 “싸우지 말라”는 훈계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괴롭힘이 이어져도 김양은 꿋꿋하게 버텼다. 결석이나 지각도 없었고 학교 인성검사에서도 심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김양은 그해 11월,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을 더이상은 참지 못했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허공에 몸을 던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로 보이는 쪽지엔 가해 학생의 이름을 적은 뒤 “내 편은 아무도 없어…나만 죽으며 다 끝이야. 진짜 세상 더러워서” 라는 글이 씌어 있었다.

김양의 부모와 동생은 가해자 5명의 부모와 담임·교장·서울시를 상대로 4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 김용관)는 1일 “가해자 부모와 서울시가 1억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김양의 자살에 대한 가해자 부모의 손해배상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김양이 괴롭힘을 당하다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자살을 선택한 것은 김양의 선택이며, 자녀 보호의 양육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담임·교장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을 인정하긴 했지만 김양의 자살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만큼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다만, 공무원인 이들의 직무상 과실에 대해선 서울시가 21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제시했다. 김양을 괴롭혔던 가해 학생들은 모두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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