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씨름 중계 '18년 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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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나운서는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전파해야 할 첨병입니다. 최근 방송사들이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아나운서 등 방송 진행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30일 정년 퇴임을 앞둔 김상준(金上俊.58) KBS 아나운서실 위원은 "갈수록 혼탁해가는 방송 언어가 어린이 등 일반인의 언어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다 1975년 아나운서로 전직한 金위원의 우리말 사랑은 유명하다. 83년 아나운서실이 주축이 돼 만든 'KBS 한국어연구회'의 산파 역할을 맡아 20년간 50여권에 달하는 연구논문집을 발간했다. 95년부터 시작된 우리말 교육 프로그램인 '바른 말 고운 말'(KBS-1TV 월~금요일 오후 5시 방송)을 기획.제작한 것도 그다.

아나운서로 일하는 틈틈이 남북한의 방송 언어를 비교.연구해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어를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언어로 만들자면 발음과 크기,속도가 모두 적당해 알아듣기 쉬워야 합니다. 북한이 자꾸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려하지만 정중하고 부드러운 억양의 남한식 방송 언어로 '통일'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金위원은 지난 18일 한국씨름연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18년간 씨름 중계 방송을 도맡아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씨름이 민속 스포츠이다보니 경기 용어가 우리말인 경우가 많았죠. 저는 경기용어 외의 말도 가능하면 외래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리그전은 '돌림 겨루기'로, 토너먼트는 '맞겨루기'로 표현하는 식이었어요."

金위원은 퇴직 후엔 동아방송대학의 겸임교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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