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정부, 필리핀 일부지역 첫 '여행금지'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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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가 한국민 납치사건 등이 발생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잠보앙가와 주변 도서를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했다.

외교부는 26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주재하는 여권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치안과 정치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해당 지역을 여행금지지역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2월1일부터 우리 국민의 해당 지역 방문 또는 체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잠보앙가와 술루 군도, 바실란, 타위타위 군도 등은 지금까지는 특별여행경보(즉시대피) 발령 지역이었으나 이번에 흑색경보(여행금지) 지역으로 여행경보 단계를 상향조정했다. 특별여행경보는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있지만 흑색경보에는 법적 효력이 있다. 위반할 시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정부가 국가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에만 여행금지 지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에 여행금지가 내려진 것도 처음이다.

잠보앙가에서는 지난 1월 한국 국민 홍모씨가 납치돼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홍씨는 잠보앙가에 있는 아들 집을 찾았다 납치당했다. 잠보앙가 지역은 납치 조직인 ‘아부사야프’가 활동하는 술루섬 인근이다. 술루섬은 ‘납치의 수도’로 불리기도 한다. 홍씨가 억류된 곳도 술루섬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지역에서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가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납치, 참수 등 극악무도한 행위를 빈번히 자행해왔고, 관할국 정부의 치안 유지 기능이 크게 마비돼 있는 상황”이라고 여행금지 지역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필리핀 정부조차도 잠보앙가와 인근 지역은 위험하니 여행객이 오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25일자로 말레이시아 사바주 동부 해안에 대한 여행경보를 현재 2단계인 황색경보(여행자제)에서 3단계인 적색경보(철수권고)로 상향조정했다. 해당 지역도 아부사야프의 활동지역으로 지난해 6월 이후 민간인 납치 사건이 3건 발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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