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상균 위원장, 조계사 피신 후 첫 공개석상 등장…법복 입고 십여차례 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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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지 8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23일 오후 2시 20분부터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도법스님(위원장)과 1시간 가량 면담을 가진 후 오후 3시 30분 조계사 관음전 앞 구름다리에 나타났다. 짧게 머리를 자르고 생활법복을 입은 한 위원장은 취재진을 향해 합장한 채 십여차례 목례한 후 관음전으로 다시 들어갔다. 왼쪽 가슴엔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영주 사무총장과 함께 화쟁위원회에 민주노총의 '시국 중재요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조계종 화쟁위 측에선 도법스님과 함께 조계사 부주지인 담화스님, 정운기 조계종 대변인 등 3명이 참석했다. 정 대변인은 "한 위원장은 화쟁위에 ^12월 5일날 2차 총궐기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 ^노동자 대표와의 대화를 중재 ^정부의 노동 개혁 정책이 중지될 수 있도록 중재 등 세 가지 요청안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도법스님은 24일 오전 10시 30분에 화쟁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한 위원장의 요청사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노총은 이날 면담 후 한 위원장이 직접 구름다리 위에서 언론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계사의 반대로 한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 대신 조계종 측에서 면담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면담 후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에 머무는 시간이 성찰과 기도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이에 "저도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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