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년 반사이 반토막 난 유가, 얼마나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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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만 해도 배럴 당 100달러가 넘던 서부텍사스유(WTI) 값은 18일(현지시간) 현재 배럴당 40.75달러다. 올 들어 40~60달러 사이에서 등락하다 지난 8월 4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저유가 시대의 개막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저유가는 얼마나 갈까’로 쏠린다. “당분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건 수급이 아니라 카르텔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어서 적정 가격이 유지된다. 하지만 현재 원유 시장에선 그런 가격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9월 평균 하루에 1020만 배럴을 생산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8월 말 유가는 배럴당 38.24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는데 공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 것이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셰일가스 생산자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맹주국으로, 전체 이슬람 인구의 85% 가량을 차지한다. 이란이 맹주국인 시아파는 15% 비중이다. 수니파가 친서방 정책을 펴는 반면 시아파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슬람국가(IS)를 키운 시리아 내전 역시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종파간 분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은 큰 의미가 없다. 빈 자리를 시아파 국가들이 메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쉽게 감산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중장기적으로도 저유가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최근 ‘에너지 연간 전망(World Energy Outlook)’를 발간한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0년 유가에 관해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과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망이 갈리는 건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다”라고 말했다. 셰일가스 산업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해 생산량이 크게 늘지 못할 경우 유가는 배럴 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반면 셰일가스가 은행의 소극적인 대출이나 구조조정 이후 인력 부족 등의 우려를 딛고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유가는 배럴 당 50~6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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