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정부와 연애하되 결혼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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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한 CEO가 “친환경 램프를 대량생산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내가 (마 회장의 투자를 유치하는) 중개인”이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닐라 AP=뉴시스]

“연애하되 결혼은 안 한다.”

관리들과 소통 … 밀실거래는 배제
“최고의 공직 뇌물은 지역발전 공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의 대정부 관계 노하우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관리들과 소통은 하되 뇌물 제공 등 밀실 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감찰보는 17일 ‘영원히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 마윈과 같은 사람들의 미래는 밝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부지런하고 부단히 자신을 개혁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마윈과 같은 기업인들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현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10여 명의 국가 지도자들과 친분이 두텁다. 또 각 성의 서기와 성장 등 수십 명의 지방정부 지도자들과도 친하다. 이들 지도자와의 만남은 주로 (지도자들의) 회사 방문과 포럼에서다. 시 주석의 경우 외국 방문 시 그를 수행하면서 친해졌다. 그가 리 총리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10월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지도자들의 사무 및 거주 공간)의 한 경제 포럼에서다. 당시 마 회장은 총리에게 “길거리 보통 사람들도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몰인 타오바오(淘寶)에서 5000만 위안(약 91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총리는 “타오바오 점주들이 한밤중에도 주문을 받아 배송한다고 하던데 이런 게 혁신이고 창조”라며 화답했다. 이후 둘 사이는 리 총리가 중국의 대형 쇼핑 이벤트인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를 하루 앞둔 10일 알리바바에 축전을 보낼 정도로 친해졌다.

 마 회장은 시 주석의 강도 높은 반부패 활동으로 떨고 있는 요즘 공직자들의 관심은 뇌물이 아니라 기업의 지역사회 발전과 사회 공헌 유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네티즌이 “중국에서 뇌물 없이 기업 경영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훌륭한 공직자에게 가장 큰 뇌물은 기업이 국가 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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