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발 빠른 아웃복서와 묵직한 인파이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본선 32강전 B조>
○·펑리야오 4단 ●·나 현 5단

기사 이미지

제11보(113~129)=근대 바둑과 현대 바둑을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 덤의 크기와 제한시간의 단축이다.

 그만큼 수법이 빠르고 격렬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기풍과 취향에 따라 발 빠른 행마로 앞서가기를 좋아하는 ‘아웃복서’와 두터운 행마로 종반승부를 노리는 ‘인파이터’의 구별은 있다.

 물론 프로라면 누구나 실리를 좋아하고 두터움도 좋아한다. 어느 쪽을 더 중시하고 선호하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류의 프로라면 상대에 따라 아웃복싱과 인파이팅을 적절히 바꾸거나 섞을 줄도 알아야 한다.

 하변 13을 본 펑리야오는 기다렸다는 듯 좌변 14로 치받아간다. 이곳을 안정시키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좌변 15부터 20까지, 나현은 하변의 요소를 차지했으니 이 정도는 양보한다는 듯 알기 쉽게 정리해간다. 21은 멀리 뛰기 위한 웅크림. 좌변 백 대마를 은근하게 압박하면서 안정을 취한 뒤 큰 곳으로 손을 돌리겠다는 뜻이다.

 취약한 백은 이런 곳에서 보폭을 키우기 어렵다. 22는 하변을 견제하면서 백 일단을 지원하는 요소인데 나현은 23, 25로 머리를 내밀어 확실하게 살 길을 찾으라고 압박한다.

 28 다음 좌변 흑은 ‘참고도’ 정도의 삶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나현의 손은 하변 29로 향한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