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의 골육상쟁으로 지지층 등 돌릴 수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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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의원들이 어제 문재인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하지만 불씨가 사그라진 건 아니다. 문재인 체제 출범 직후부터 사사건건 충돌해온 친노계와 비노계는 두 차례(4·29, 10·28)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문 대표에게 돌리며 반년 넘게 지루한 사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노계는 “문 대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대표 교체를 요구하는 반면 친노 쪽은 “총선이 가까워오는 만큼 당이 단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를 놓고 다투는 진흙탕 싸움에 유권자들은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야당의 주된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대안 없는 권력 다툼에 야당 지지자들조차 등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의 분열상을 보는 표심(票心)은 중앙일보의 조사 결과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2300명 중 새정치연합을 지지한다고 밝힌 703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5.4%는 야당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를 ‘주류와 비주류의 계속되는 대립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미래 지도자 부재(18.4%) ▶비주류의 문 대표 흔들기(15.8%)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 제시 미흡(14.7%)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11%)를 꼽았다. 야당 지지자들의 절반 이상이 당권 싸움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로 할퀴고 상처 내고 공격하는 사이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이란 ‘거함’이 침몰해 가는 형국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것은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힘 있는 야당이 집권 여당을 견제하고 국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야당의 추락을 근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의 진로 모색에 좋은 참고자료다. 집안싸움을 그치고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거듭나라는 주문이다. 야당이 이런 요구를 외면해 거꾸로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