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 제보했는데 … 내부 고발자 퇴직 종용한 대전시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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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전시의회가 “내부 고발자를 압박해 그만두게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의회 사무처 직원이 “의회가 불필요한 무기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려 한다”는 글을 일부 언론사에 제보했고, 이에 의회는 “의원들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실상 사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사무처 직원 A씨는 지난달 4일께 “모 의원이 의원 비서 업무 수행을 위한 무기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달라며 의회 사무처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무기계약직원이 남아도는데 혈세 낭비를 감시할 의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는 내용의 e메일을 몇몇 기자들에게 보냈다. 대전시의회에는 8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 명이 의원 2~3명의 사무를 보조하고 있다. 회기 때를 제외하고 의원들이 의회 사무실을 이용하는 날이 적어 업무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시의회는 제보자를 찾아 나섰다. A씨는 스스로 김인식 의장을 찾아가 “경솔했다”며 자신이 e메일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런 뒤 지난달 2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A씨는 “김 의장이 ‘의원들 명예를 훼손했으니 고소해 사법처리를 받게 하겠다. 사법처리를 받지 않으려면 스스로 그만두라’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협박한 적이 없다”며 “A씨의 신분 처리 절차는 사무처가 진행한 것이라 난 잘 모른다”고 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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