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원생 "1년 넘게 동성 선배에게 성추행 당해" 유서 남기고 자살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연세대의 한 대학원생이 동성 선배로부터 1년 넘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SNS에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연세대 대학원생 A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자신의 자취방에서 알약 수십 알을 먹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자살 시도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본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은 유서다.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실 B선배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집이나 학회 해외 출장 중에도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변태적인 행위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지도교수와 학교 성평등센터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사건은 경찰을 거쳐 검찰로 넘어갔고, 지난 9월 말 서울서부지검은 B씨에게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처분은 가해자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것을 뜻한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연구원직을 사임하고 학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 학교 성평등센터 합의문을 이행한 점, 초범인 점, 교수가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말했다.

A씨는 글에서 “지난 9일 B씨가 연구실로 찾아와 ‘다시 연구를 시작할 것이며 자신은 당당하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는 내가 거짓말을 했고 도리어 나를 미친O으로 만드는 언행을 뱉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세상은 나를 버렸고 나는 그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의 학교 지인들은 “A씨가 평소 B씨와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으며 늘 괴로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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